본문 바로가기

세계를 걷다/유럽여행기(2006.9.26-11.07)

2006.11.03 프랑스

2006.11.03. 금요일 맑음.

 

오늘은 일행들이 먼저 고흐마을을 간다고 떠났다. 혼자 남아 지하철 노선을 확인하면서 빡빡한 일정에 황망해 하다가 출발.

빌쥐프 지하철역에 갔더니 전화 박스 앞에서 셋이 심각한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는거다. 홍콩 스탑오버가 안되었다고. 여행사 아저씨, 출발부터 마일리지도 틀리고, 준다던 사은품도 안주고 문제 많더니만 대박을 터뜨리는구나. 그러게 나는 지구별이 좋았다고!!

 

하지만 어쩔까. 성격의 특성상 포기가 빠른 나와는 달리 일행들 완전 열받은 모습에 좀 걱정되었다. 여하간 같이 샤틀레역까지. 1호선을 타고 콩코드 역에서 12호선 타고 Assemblee Nationale역 하차. 오르세 박물관.

 

여태까지 보아온 이름이 복잡한 많은 고전 화가들, 라파엘로, 루벤스, 미켈란젤로와 다빈치까지 그림이 주는 스케일이 감동이지 공감은 할 수 없는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오르세는 근현대 작가들의 박물관. 고흐, 모네, 르느와르, 드가 등 익숙한 화가의 좀더 친근한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고 기대 이상이었다.

 

 파리 박물관 이틀 관람 티켓

 

오르세 가이드 리플렛

 

 

 

 

긴 줄을 기다려 파리 전 박물관을 이틀간 무료로 볼 수 있는 표를 샀다. (30유로) 그리고 박물관 1층을 도는데 아름다운 시골의 정경들이 마음을 끄는 그림들. Camille corot이라는 모르는 사람의 그림이었는데 그래도 참 좋다고 생각하는 순간 눈에 들어온 밀레의 만종.

 

훌륭한 미술가는 그림을 그리는 재능 뿐 아니라 대상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 열정과 사랑이 전달될 때에만 진정한 감동을 줄 수 있는게 아닐까?

밀레의 만종 앞에서 평생 처음으로 미술작품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퐁텐블로의 저무는 숲속에서 봤던 그 색감으로 조용히 기도 드리고 있는 농부 부부의 순박함과 진실함이 그걸 그렸을 때의 화가의 마음속의 사랑으로 다가왔다. 지는 해의 엷은 빛 앞 실루엣이 주는 경건한 감동을 기억하려고 기억하려고 애썼다. (도무지 잊고 싶지 않은 게 너무 많아서 가슴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밀레의 다른 작품들도 그런 사람과 자연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느껴졌다. 햇살이 내리는 창가의 들국화와 방아찧는 여인의 발밑에 몸을 부비대고 있는 사랑스런 고양이.

 

3층에는 내가 좋아하는 고흐의 그림이 있었다.

오베르 교회, 하늘색 배경의 자화상, 낮잠. 그 그림들이 특히 좋았다. 보고 또 보고 잊지 않으려 애를 쓰는데 힘은 들고 배는 고프고. 아무튼 모네 그림도 좋았고 명성보다 고갱은 별로였다. 카멜 피사로, 모롯 등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던 화가들의 그림도 좋았구. 나오다가 고흐의 그림이 들어간 컵받침과 카드, 자석을 잤다. 20.5유로나 주고.

 

 

 

2층은 너무 힘들어서 갈 수가 없었다. 조각 분야라서 별로 관심이 없기도 했다.

 

햇살이 좋은 오후였다. 파리에서 이런 날씨는 흔치 않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박물관 투어는 끝내기로 했다. 에펠탑 쪽으로. 20여분을 세느강을 따라 걸어갔다. 콩코드 광장이랑 뭐 하튼 정체를 모르겠는 궁전들이 나오고. 가로수길을 걷는 사람들의 여유로움. 그런 여유를 배가 고파 만끽하지는 못하고 어쨌든 즐기며 에펠탑 도착.

 

 

 

 

 

올라가기 위해 줄을 선 어마어마한 무리들에 아연실색해서 올라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햄버거라도 사먹으려 했건만 여기도 줄이 너무 길고.

5시에 정현 일행을 면세점에서 보기로 했는데 시간은 없고. 에라, 먹는거 포기.

 

부랴부랴 가까운 지하철을 찾아 돌아오는데 웬 훤칠한 프랑스 남자가 말을 거는거다. 몇마디 하면서 길을 가는데 이 남자 알고보니 차마시자고 자기네 집으로 끌고가는 길.

I dont want! 라고 끊어주고 돌아섰다. 내 참, 별일을 다 당해본다.

 

알마 마씨유역이 가까웠다. 지하철 타고 루브르 앞 면세점으로. 면세점에서 일행을 못만나서 괜스리 샤틀레 역으로 가서 배회하며 신발가게랑 옷가게를 돌아보다 바게뜨 빵만 하나 사가지고 질겅질겅 씹며 숙소로 돌아왔다.

밥까지 잔뜩 먹고 소화가 안되서 소처럼 누워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파리 지하철 노선도

 

 

'세계를 걷다 > 유럽여행기(2006.9.26-11.07)'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6.11.05 프랑스  (0) 2012.11.13
2006.11.04 프랑스  (0) 2012.11.13
2006.11.02 프랑스  (0) 2012.11.13
2006.11.01 프랑스  (0) 2012.11.13
2006.10.31 프랑스  (0) 201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