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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걷다/유럽여행기(2006.9.26-11.07)

2006.11.01 프랑스

2006.11.01. 수요일 햇빛 찬란한 날씨.

 

어제의 음주로 인해 일행들 그 소중한 아침식사마저 포기하고 초죽음이 되어 퍼져 있는데 나는 아무튼 오늘이 유레일 마지막 날이라 일어나 출발.

 

고흐마을.

별로 기대하지 앟았지만 그렇다고 생말로나 몽생미셸을 가기엔 너무 멀고 별다른 계획도 없어, 그나마 고흐에 관심이 있어서 한 번 가주면 좋겠다 싶었다.

파리 북역

 

파리 북역에서 Valmondois 행 열차를 타고 Mery Sur Oise역에서 내렸다. 가는 길에 예쁜 집들이 내내 보이고 맑고 투명한 가을볕에 타들어가는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예쁜 풍경들.

 

역에 내리니 국경일이라 사람이 없고 점심시간인지 역사도 잠겨 있고. 길을 물어볼 사람이 없어 서성이다 하는 수 없이 기차에서 같이 내린 한 무리한테 물었더니 너무나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Auvers Sur Oise 까지 가는 길도 청량한 공기, 알싸한 바람과 더불어 기분좋았고 중간에 열려있는 검은 철문에 끌려 들어간 메리 공원도 스산한 매력이 있었다.

메리공원.

 

가는 길에 있는 빵집에서 팔만한 바게뜨 빵을 사서 연신 씹어먹으며 가로수길을 지나니 다리가 나오고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이 반짝거리고 하얀 배가 지나가고 그 위로는 오베르 교회가 맑은 가을 에 솟은 모습을 봤을 때 가슴이 뛰었다.

 

 

 

Auvers Sur Oise 역을 따라 가다 보니 갈색 표지판이 계속 tourism office 를 가리키는데 가보니 공휴일이라 문을 닫고. 반 고흐의 집도 휴관. 이런씨, 그까짓 5유로, 내고 들어간다고 생각했었는데 할 수 없이 위로 올라가 아래 지붕들의 풍경을 바라보고 왼쪽길로 다시 가서 반고흐 갤러리로 보이는 곳에 갔는데 여기도 역시나 문이 닫히고. 고흐 아저씨 동상이 서 있는데 햇살이 푸른 잎을 뚫고 동상위로 떨어져 하늘거렸다. 바람과 흔들리는 낙엽과 가끔 와 구경을 하는 사람들의 느린 움직임 같은 것들이 마음에 와 박혔다.

 

 

 

 

 

 그리고 나서 오베르 교회로. 계단부터 사진을 찍으며 올라가는데 니스부터 같이 묵었던 보은씨가 있는거다. 반가웠다.

마침 사진 찍어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몇마디 나누고 헤어져서 고흐와 테오의 무덤으로 가는데 모퉁이를 돌 때 시야가 확 넓어지며 펼쳐진 밀밭. 아~~ 감동 그 자체였다.

 

어릴때를 생각하면 논두렁 사이로 걸어가는 초등학생인 내가 있고 그 위를 떠가는 흰구름. 누중에 다시 그 곳에 갔을 때 그건 내 머리가 만들어낸 환상이었거나 아님 내가 너무 작았을 때라 주위의 모든 것이 더 커보였던 거라고 생각하고 실망했었다. 그리고 그런 풍경은 없는 거라고 체념했었는데 여기 이 프랑스의 작은 마을, 고흐의 예술혼이 되었을 이 밀밭 한가운데서 난 그 포기했던 환상을 실제로 불러온 것이다. 너무나 황홀하고 기뻐서 순간을 만끽하고 영원으로 기억속에 묻어두기 위해서 사진을 찍고 또 찍고 보고 또 보며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고흐의 무덤은 테오의 무덤과 함께 많은 번듯한 돌비석 속에서 초라하니 꽃과 나무로 덮여 있었지만 아마도 그의 영혼은 이 밀밭위를 자유로이 맴도리라.

 

산책을 나온 가족과 뛰어다니는 개들, 모든 걸 꼭꼭 기억해놔야지.

 

그곳에서 나오니 모든게 한 순간의 꿈인 것처럼 잠시 천국에 갔다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쁜 찻집에 들러 느긋하게 차 한잔을 하고 싶었지만 찻집이 없었다. 그 대신 아까본 그 강 주변을 거닐었다. 희한하게도 콩깍지들이 주렁주렁 열린 나무와 오래된 버드나무 위로 일몰이 내려 반짝였다. 호수 너머로 오베르 교회 지붕도 보이고.. 가도가도 끝이 없는지라 돌아서서 메리역으로.  

 

 

올 때 쌩 데니즈역에서 잘못 내렸는데 흑인들과 상태 않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놀랐다. 하여간 민박으로 무사귀환.

숙소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인호-예지 커플을 만나서 즐겁게 돌아왔다.

 

그리고 저녁, 닭도리탕. 너무 맛있었고.

, 까르푸 간다고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역에서 내려 청바지를 받으려고 한가람에 전화. 칠칠맞게도 청바지를 스페인 민박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프랑스로 넘어오는 다른 일행한테 부탁을 했었다. 무사히 공수받아서 안심. 그리고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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