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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걷다/유럽여행기(2006.9.26-11.07)

2006.10.25 프랑스

2006.10.25. 수요일

 

좋지 않은 꿈을 꾸고 일어났다. 일어나니 썰렁한 호스텔 방에 나 혼자뿐, 어제의 그 두 여자는 떠났나보다.

방 창문이 펜스에 가려져 있어 볕도 들지 않고 침침했다. 꿈도 그렇고 기분이 좋지 않아 그냥 숙박하지 말고 떠나자고 마음을 먹교 짐을 다 챙긴 후에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신기하게도 여기는 0층이 있어서 내가 있는 층은 1층인데 0층으로 내려가야한다. ) 프랑스답게 맛있는 바게뜨 빵에 버터를 발라먹고 씨리엄을 우유에 부어 먹었는데 너무 맛있고 분위기도 명랑하고. 기분이 좋아서 그냥 남기로 했다.

다시 짐을 풀러서 여름용 치마로 갈아입고 양말도 여름용으로.

 

 

 

기차역으로 가서 내일 출발하는 바르셀로나행을 예약하려고 했더니 사람이 너무 많아 그만두고 info 센터에 가서 생 폴 드 방스와 망통으로 가는 버스스케쥴을 받아 나왔다. 생폴이 더 땡긴다. 거기로.

 

시외버스 터미널이 엄청 멀었다. 어쨌든 무사 도착.

 

 생폴 버스표

 

400번 버스가 12시에 출발. 도저히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읍내스런 길들이 계속되다가 드디어 예쁜 시골길 출현.

사람들 많이 내리는 곳에서 눈치로 내려서 따라가보니 정말 언덕위의 예쁜 마을이 있었다. 인포를 찾다가 사람이 없는 언덕 아래로 내려와 거기부터 삼각대로 사진을 찍는데 그림이 너무 잘나와서 기분 업됐다.

 

 

 

 

 

 

 

 

 

 

마을 하나를 건너니 다시 거기. 배가 너무 고픈데 노천카페 앞에서 초라하게 빵을 먹을 순 없었다. 사람이 별로 없는 쪽 통로로 가니 놀이터에 아무도 없길래 벤치에 앉아 빵과 물로 요기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왜 그랬나 싶다.) 하면서 빵을 사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달리 뭘 사먹을 데도 없는데 음식점은 비싸고.. 배낭여행이니깐..

 

 

1.8유로를 주고 산 크로와상빵 4개 중 2개를 먹고 나머지를 가방에 쑤셔넣었다. 비닐 봉지에 들고 다니느라 약간 민망했는데 잘됐다. 그리고 나서 본격 감상.

예술마을이라더니 정말 예술적이었다. 집도 예쁘고 심지어 길도 예쁜 돌로 모양도 예쁘게 깔려있고 집집마다 예쁜 간판과 안에는 각종 그림, 유리공예, 염색공예, 조각과 액세서리들을 파는 가게이자 공방처럼 되어있는데 나처럼 미술적 감각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사람조차도 쏙 빠져들게 하는 그런 매력있는 것들이었다. 이 남쪽의 태양과 바다와 꽃을 닮은 밝고 강렬한 색채와 굵은 선들이 정말 사람의 마음을 끌었다. 마을을 지나도 창문하나, 등 하나가 모두 다 예쁘고 야자수와 푸른 하늘과 햇빛, 흰 돌로 되어있는 길과 집들이 한데 어울려 그 마을이 통째로 예술이 되어버리는 거였다.

 

 

 

 

 

 

 

 

 

 

 

 

 

 

 

 

 

 

 

 

 

 

 

 

 

감동을 하며 한바퀴를 도는데 왜이리 마티스와 샤갈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는 곳이 안보이는 건지. 여기가 아닌가 싶어 일단 나가서 사람들한테 물어보는데 모른다는 거다. 아니,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구.. 빈에서 프라퀄라티 하우스 모른다는 사람들도 그렇구, 난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결국 이사람 저사람 묻고 엉뚱한 길도 산책하며 찾다가 마티스의 그림은 여기 없고 방스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거 물어본 아줌마랑 아저씨 무지하게 친절했다. 다른 사람한테까지 물어서 확인까지 해주고.

4시가 다된 시간. 갈까말까 망설이다 그냥 들르기로.

 

 방스 버스표

 

Vence행 타는데 1.3유로가 또 들었지만. 어쨌든 거기서 내려서 또 사람들 가는 쪽으로 가니 마티스 교회가 나오는 거다. 이상하네.. 교회가 아니라 갤러린데. 일단 들어가니 표를 팔고 있었다. 안쪽에 갤러리가 있다기에 2.8유로를 내고 들어갔는데..

 

 마티스 교회 티켓

오마이 가뜨!! 이게 정녕 마티스란 말입니까. 야수파 화가답게 강렬한 색상으로 가득한 화폭들을 상상했었는데 이건 아니자나 이 마티스가 아니었던가보다. 교회와 예수님의 탄생과 부활을 그린 그림들만 잔뜩이고 이게 뭐니, 이게.. 차라리 아까 생폴에서 차라리 그 그림들이나 실컷 볼 껄. 하기는 굵고 힘있는 데생의 선은 내가봐도 잘 그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쨌든, 내가 생각한 그 마티스는 아니었다.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3분만에 나와서 얼른 버스타는 쪽으로. (지금 생각하면 참 무식하면 답도 없다.. 거기까지 가서 사진 한장 안찍은 이 황당함이라니..)

 

94번 버스가 먼저왔다. 그 버스는 고속도로를 타고 가서 프랑스의 고속도로를 구경하고. 그냥 우리 나라랑 비슷하다. 중간 중간 야자수 나무가 있는걸 제외하면.

 

니스 해변에서 내려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는데 왠 잘 생긴 아저씨가 날 계속 쳐다보는 거다. 눈이 마주쳐서 머쓱해서 지나쳐가는데 내 앞으로 자전거를 타고 와서 선다. 내가 이어폰을 뺐더니 무슨 음악을 듣냔다. 그냥 우리 나라 음악이라고. 어떤 나란데? 한국이라고. 아마 음악을 들으며 걷는 내 표정이 너무 좋았었나보다..라고 생각했었지. 순진하게도.. (여기선 일본 여자를 노리는 프랑스 남자들이 많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

 

 

숙소에 오기전 내일 먹을거리와 오늘 저녁을 샀다. 요거트 잔뜩하고 사과 두 개, 바나나 두 개. 쓸쓸히 혼자 먹을걸 생각하고 문을 여는데 한국인 아가씨 두 명이 반갑게 맞으며 밥을 같이 먹자고. 이런 고마울데가..ㅜㅜ

양념이 다 된 고기에 또 소금을 뿌린 바람에 소태 같은 고기 반찬에 먹었지만 밥도 고기도 다 맛있고 맥주까지 한 병 얻어먹은 진수성찬이었다. 세 아가씬데 둘은 일행이고 하나는 어제 야간 열차에서 만났다고. 얘기도 어찌나 잘 하는지 웃다가 지금 밤. 내일 아비뇽으로 일찍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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